나무이야기

박달나무

소나무^^ 2016. 5. 25. 14:20

다듬이·절구공이·수레바퀴 등 단단해서 쓸모 많아 
나무 가운데 가장 단단한 놈을 말해보라면 백이면 백이 단연코 박달나무를 입에 올립니다. 지금은 플라스틱이나 철제품이 많이 나와 있지만, 겨우 십 몇 년 전만 해도 집집마다 다듬이, 홍두깨 방망이, 절구공이, 수레바퀴, 빗 따위가 있었고 이는 모두 박달나무로 만든 것이었지요. 
박달나무가 아주 단단하고 뛰어나서 쓰임새가 많았음을 일러주는 것입니다. 더불어 쓸모가 아주 많았기 때문에 지금은 많이 베어져 보기 어렵게 됐음을 에둘러 말해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일본에서는 박달나무 별명이 “도끼가 부러질 정도로 강한 자작나무”라고 돼 있답니다. 
박달나무는 자작나무와 같은 식구입니다. 큰키나무로 우리나라 어디에나 있으나 대체로 추운 지방에서 잘 자랍니다. 
줄기에는 옆으로 갈라지는 껍질눈(皮目)이 생겨 나무 안팎에 공기를 통하게 해주는데 나이가 들수록 나무껍질이 조각조각 들떠서 지저분하다는 느낌도 줍니다. 껍질은 하얀 자작나무와 달리 어두운 회색입니다. 
박달나무는 한자로 단목(檀木), 박달목(朴達木), 초유(楚楡)라고 합니다. <삼국유사>에는 하늘나라의 천제(天帝) 환인이 아들 환웅을 무리 3000과 더불어 태백산 신단수(神壇樹) 아래로 내려보내 신시(神市)를 만들게 했다는 단군신화 기록이 나옵니다. 
이 신단수가 박달나무로 일컬어집니다. 박달나무가 신목(神木)이 되는 셈입니다. 신화에 대해 자구(字句)의 진위여부를 따져봤자 별 도움이 안된다는 점은 많이 공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 겨레가 신성스럽게 여기는 백두산을 중심으로 북한과 만주 일대에는 박달나무는 물론 박달나무와 친척 관계인 자작나무, 거제수나무, 사스레나무 등이 아주 폭넓게 퍼져 있습니다. 이런 나무들이 한자로는 단(檀), 영어로는 birch라 하는 것들입니다. 
그러니 박달나무를 신목이라 하는 데 전혀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닌 듯 싶습니다. 북유럽 신화에는 물푸레나무가 나오고, 일본의 신화에는 삼나무·녹나무·편백나무가 종종 떠오릅니다. 
이들은 해당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입니다. 말하자면 옛적 조상들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오면서 이뤄진 생활상에 나무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는 것입니다. 
지금도 많은 분들은 어릴 적 시골 마을에서 듣던 어머니의 다듬이 방망이 소리를 아득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서늘한 밤 나절에, 이불 홑청이나 아버지 한복 두루마기에 풀을 먹여 놓고 입으로 물을 푸푸 뿌려가며 밤새도록 또드락또드락 두드리시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어떤 이들은 요즘 아이들이 전자게임이나 인터넷에 빠져 있다고 걱정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 사귀지 못하고 폐쇄적인데다 내성적으로 되어 가 걱정된다고들 하십니다. 옛날 사람살이랑 견줘보면 정서면에서 메말라진 것은 크게 보아 사실인 듯 합니다. 
그렇다면 아이들 걱정을 속으로만 하시지는 말고 집안 식구들이랑 지리산이라든지 자연의 품으로 가서 박달나무도 찾아 만져보십시다. 아니면 시골 집을 찾아 다듬이 방망이질도 함께 해 보면서 서로 정서를 느껴보는 행사를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박달나무에는 까치박달도 있고 물박달나무도 있습니다. 
최송현(37·밀양대학교 조경학과 조교수·학교숲 가꾸기운동 경남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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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 충북 천등산 일대 박달나무 심어 
갑자기 노랫가락이 생각납니다. ‘울고 넘는 박달재’라는 좀 오래된 노랜데, 음미하다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옛날 노래는 비교적 장소성과 서정성이 강한데, 요즘 노래들은 사랑과 같은 일상 주제가 많은 것 같습니다. 
“천둥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 우리 님아/ 물항라 저고리가 궂은 비에 젖는구려/ 왕거미 집을 짓는 고개마다 구비마다/ 울었소 소리쳤소 이 가슴이 터지도록.” 
지난 3월 박달재로 유명한 충북 충주시 산척면과 제천시 백운면 일대에 산림청에서 박달나무를 심었답니다. 박달재에는 박달나무가 쓸모가 많다 보니 많이 베어져 겨우 몇 그루만 남아 있었답니다. 
그래서 바로 옆 천등산에 자라는 박달나무에서 씨앗을 따와 심었다고 합니다. 10년 20년 세월이 흐른 뒤에 박달나무가 울창하게 자라면 노래에 딱 어울리는 정취가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문경새재 아리랑에도 박달이 나옵니다. “문경새재 물박달나무/ 홍두깨 방망이로 다 나간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홍두깨를 메고 눈물지으며 넘던 고개도 이제는 옛말이 됐습니다. 다만, 지금은 사라지고 눈앞에 잘 보이지 않지만 한때는 이처럼 누구나 입으로 흥얼거릴 만큼 친근한 상대가 바로 박달나무였음을, 미뤄 짐작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