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기사
“수액 채취 막으려면 생계대책 세워라”
 |
▲ 고로쇠 나무들은 직경에 따라 천공수가 제한돼 있고 최고 3개를 넘을 수 없다. | 두가지 의견이 있습니다. 피부미용과 건강에 좋은 신비의 샘물이라는 것과 산림을 해치고 국립공원을 훼손하는 주범이라는….
고로쇠를 믿습니까?
골리수(骨利樹)라고도 불리는 고로쇠 수액은 최근 위장병·신경통 등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효능과는 별개로 채취과정에서의 `반환경성’과 `비위생성’에 대한 지적 또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요즘 제철을 만난 고로쇠 수액이 어떤 과정을 거쳐 생산되는지 현장을 둘러봤다. 지난 24일 국립공원을 사랑하는 시민의 모임(이하 국시모)회원과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 남부사무소 직원 등 20여 명이 피아골 계곡을 올랐다.
최근 환경부가 국립공원내 자연보존지구까지 고로쇠 수액채취를 허용하는 내용의 자연공원법 개정을 추진하자, 이에 반대하는 국시모가 실태파악에 나선 자리였다.
피아골 대피소로 오르는 길. 차가 오를 수 있는 최종 지점인 표고막터에 1톤짜리 물탱크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다. 산 속에서 채취된 수액들이 관을 타고 내려와 모이는 곳이다. 주민들은 이곳에 모인 수액들을 작은 통에 옮겨 담아서 운반, 소비자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수액을 나르는 관(호스)들은 크게 세 가지로 구성돼 있다.
고로쇠 나무에 뚫은 구멍에 직접 꽂는, 나무와 가장 근접한 관이 지선(내경 6~8mm). 각 나무에서 뻗어 나온 여러 지선들은 간선(내경 9~12mm)으로 모이고, 이 간선들을 취합해 최종 취수지까지 운반하는 관이 원선(내경 13mm 이상)이다.
`비위생적’이라는 지적은 호스 관리에서 제기된다.
산림청의 수액채취 관리 지침에 의하면 원선은 5년마다, 지선과 간선은 해마다 교체해야 한다. 피아골의 경우 원선의 길이는 평균 2.5~3㎞. 험준한 산속에 뻗어 있는 호스들의 내부 상태를 알 수 없다는 점이 우선 제기된다. 햇볕에 장시간 노출시 곰팡이 번식이 용이한 수액의 특성을 감안하면 우려는 더 커진다.
국시모는 해마다 교체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과, 채취 과정이 생산자단체인 영농조합에 맡겨진 상황이라는 점을 들어 제대로된 관리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피아골 계곡을 따라 대피소 방향으로 오르는 등산로 한편에 전선 케이블 같이 굵고 검은 파이프가 끝간 데 없이 이어진다. 수액을 실어나르는 원선이다. 최장 3㎞에 이르는 이 관에는 간선과 지선을 통해 고로쇠 나무 300여 그루에서 채취된 수액들이 모여서 내려온다.
원선에서 갈라지는 간선을 따라 가다 보면 수액을 채취당하고 있는 고로쇠 나무들을 만날 수 있다. `반환경성’ 논란의 진원지다.
수액채취 관리지침에 의하면 흉고직경(가슴높이에서 잰 나무의 둘레)이 20cm 이하일 땐 1개, 30cm 이하 일땐 2개, 30cm 이상일 땐 구멍을 3개까지 뚫을 수 있다. 하지만 일부 나무의 경우 최고 5개까지 천공해 수액을 채취당하고 있었다.
지리산엔 특별한 고민도 있다. 야생곰 복원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리산 일대에 방사된 반달곰 보호에 미칠 영향이다. 2~3월에 걸쳐 이뤄지는 고로쇠 수액 채취기간이 곰의 동면기간과 겹치기 때문에 더 심각하다. 고로쇠 나무에 드릴로 구멍을 뚫을 때 나는 소음과 수액채취를 위해 드나드는 주민들의 잦은 발걸음이 동면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반달곰관리팀의 고민이다.
다행히 생산자 단체의 의식이나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자체 관리를 강화하고 있어 환경·위생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수 있을지 기대된다. 국시모 자문위원인 김동필(밀양대 조경학과) 교수는 “환경보호와 생존권 보장이라는 양립하는 가치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생산자들이 규정을 준수해 위생적인 수액채취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
| |